전 박원순 시장 묘지를 민주열사 묘역으로 이장한 이유
2021년 9월엔 한 20대 남성이 “성추행범 나쁜 사람인데 편안하게 누워 있는 게 싫다”며 야전삽으로 묘지를 훼손해 검거됐다.
박 시장 측 인사는 “그 이후에도 계속 박 전 시장 묘소를 훼손하는 일이 잦아 유족들이 너무 힘들어했다”며 “모란공원은 박 전 시장과 함께 민주화에 기여한 동료들이 여럿 계시고, 관리도 되니 옮기게 된 것”이라고 했다.
모란공원에는 민주화·노동 운동가 150여 명의 묘가 별도로 안장돼 있다. 전태열 열사, 박종철 열사, 통일운동가 문익환 목사, 백기완 선생, 노회찬 전 의원 등이다.
2011년 세상을 떠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고(故) 조영래 변호사가 묻힌 모란공원에 묻히고 싶다’는 생전 뜻에 따라 이곳에 묻혔다.
이 때문에 모란공원은 사설 묘지라도 안장되기 위한 절차가 까다로운데,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 여사가 박원순계 민주당 의원들을 통해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여성의전화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70여 개 여성단체는 공동성명문을 통해 “성폭력 문제 제기 이후 훼손된 ‘명예’의 복구를 민주진보의 이름으로 실행하려는 것”이라며 “시대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려 하는 시도”라고 했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 묘 이장은 유감”이라고 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온세상 변호사는 통화에서 “피해자를 대리해 입장을 내진 않겠다”며 “상식 있는 사회라면 누구든 나서서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주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여성계를 제외한 좌파 성향 시민단체 대부분은 침묵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박 전 시장 유족 뜻에 따라 이장하는 것인데 당에서 논평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여성위원회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실제로 박원순계 민주당 의원들은 사석에서 박 전 시장이 억울하게 성추행범으로 낙인찍혔고, 언젠가 복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친일파로 몰아 ‘친일파 파묘법’을 추진하더니, 자기네 진영 인사는 성 추문이 있어도 민주 열사라면서 추모한다”며 “선택적 정의와 내로남불이 심각하다”고 했다.